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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오일

나른함의 극치.
오후 2시 40분 안쪽 방에서 본 하늘 모습이란.
오후 2시 40분 안쪽 방에서 본 하늘 모습이란.


    손에 잡히는 거라곤 휴대폰 밖에 없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글을 쓰려고 뭐라도 생각하는데, 막상 적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주제는 물론이고 말을 어떻게 풀어야 읽기 좋은 글이 되는 지 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이 곳이 적도인 마냥, 내주변을 배회하는 공기는 뜨겁고 나는 그 틈을 유영한다. 한여름이어도 뜨거운 것이 좋다. 마냥 뜨겁기만 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미련과 애증과 사랑이 한데로 뭉쳐친다. ‘뜨겁다’ 와 ‘차갑다’ 의 가운데. 그렇게 나른함은 시작된다. 

 몸이 나른하다. 몸이 쳐지니까, 머리만 뱅글뱅글 돌아간다. 그 때 그 사람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었지, 와 같은 기억 헤집기가 시작되고,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 지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 항상 집착하게 되고, 나를 만들게된다. 또 같은 자리에서 돌고만 있다. 이런 생각을 계속 한다 한들 진짜 나는 변하는 게 없는데. 

  아는 사람이 그랬다. 나는 절벽 위에 피어서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는 아름다운 꽃 같다고. 그래서 다가가도 다가가도 정신 차리면 항상 그대로 있는 기분이라고. 인정했다. 나는 내 모습을 남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다. 나는 항상 거짓 투성이었다. 만약 내가 용기가 있었더라면, 나는 새학기만 시작되면 항상 하는 자기소개에서 ‘저는 모순적인 사람입니다.’ 라고 말했을 것이다. 이런 내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이고 전부고 없으면 죽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이상했다. 나에 대해 모르면서 나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나? 

  어찌 보면 나른함은 내게 독이다. 근데 그 분위기가 좋아서 또 받아드리게 된다. 나른함을 내게 굳이 표현하라고 한다면,나른함은 노랑색과 민트색이 섞인 색이다. 정말 사람을 풀게 만든다. 그래서 쓸데없는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서, 사람을 우울감에 빠트리게 한다. 흔히들 검정과 파랑, 보라색이 부정감을 일으키고 우울감을 일으킨다고들 하는데 내겐 빨강과 노랑, 주황, 연두가 우울감을 일으킨다. 나른함은 저런 존재들인데, 그게 나를 풀어주는 건지, 편안하게 하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우울과 쾌락 사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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